토지를 보러 갔는데 앞에 도랑이 하나 있습니다. 폭도 좁고, 물도 거의 안 흐릅니다. “이 정도는 복개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복개 비용은 적게 나옵니다. 진입도로나 하수관로에 비하면 공사 자체는 단순한 편입니다. 콘크리트 암거를 놓으면 됩니다.
그런데 비용이 아니라 허가가 변수이고, 허가보다 더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지적도에 구거가 표시돼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구거란 무엇인가
구거(溝渠)는 용수나 배수를 위해 만들어진 인공 수로입니다. 자연 하천과 달리 사람이 만든 것이고, 지적도에 지목 “구”로 표시됩니다. 농경지 사이로 물을 대거나 빼기 위해 만든 것이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이 구거가 토지 앞이나 안을 지나갈 때입니다. 건축물을 짓거나 진입로를 내려면 구거를 건너거나 복개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구거의 소유와 상태에 따라 전혀 다릅니다.
지적도에 구거가 있는 경우 — 점용허가
지적도에 지목 “구”로 표시된 구거는 대부분 국유지입니다. 관리주체는 지자체입니다.
이 경우 점용허가를 받아 복개합니다. 구조는 이렇습니다.
- 관할 지자체에 공유수면 점용허가 신청
- 허가를 받으면 콘크리트 암거를 설치해 복개
- 이후 매년 1회 점용료를 납부
점용료는 소유권을 사는 게 아니라 사용료를 내고 쓰는 구조입니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매년 나간다는 점은 알아두셔야 합니다.
점용허가가 잘 나오는 편입니다
구거 점용허가는 대체로 잘 나옵니다. 용도지역이 보존녹지라 하더라도 구거 복개 자체는 허가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안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 공익용산지 — 산지관리법상 보전 대상이면 불허
- 경사도가 높은 곳 — 개발행위허가 기준에 걸리면 구거 복개 이전에 사업 자체가 불가
이 두 경우는 구거 문제가 아니라 토지 자체의 문제입니다. 다른 땅을 찾아야 합니다.
불하라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용도폐지가 가능한 구거라면 점용허가 대신 불하(매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 국유재산 매수신청서를 제출하고, 감정평가를 거쳐 매각대금을 납부하면 소유권이전을 받습니다.
다만 용도폐지가 가능한 경우에만 됩니다. 아직 수로로 기능하고 있는 구거는 용도폐지가 안 되므로, 점용허가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적도에 없는데 현장에 있는 경우 — 여기가 진짜 문제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지적도를 봐도 구거 표시가 없는데, 현장에 가보면 실제로 도랑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물이 흘러온 것이거나, 이웃 토지에서 배수를 위해 만든 것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그 수로가 지나가는 땅은 사유지입니다. 국유지가 아닙니다.
그래서 지주한테 동의서를 받아야 합니다.
진입도로 글에서 다뤘던 것과 똑같은 구조입니다. 남의 땅에 있는 것을 쓰려면 소유자 동의가 필요하고, 동의가 안 되면 막힙니다. 복개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권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지적도에 표시가 없으니 서류만 봐서는 이 문제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현장에 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확인 방법 — 둘 다 봐야 합니다
1단계. 지적도
지목 “구”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있으면 국유지일 가능성이 높고, 점용허가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2단계. 현장 답사
지적도에 구거가 없더라도 현장에 가보면 실제 수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걸 놓치면 계약 후에 알게 됩니다.
| 확인 항목 | 왜 보는가 |
|---|---|
| 수로 유무 | 지적도에 없어도 실제 도랑이 있는지 |
| 수로 위치 | 토지 앞인지 안을 지나는지 — 복개 범위가 달라집니다 |
| 물이 실제로 흐르는지 | 용도폐지 가능 여부 판단에 영향 |
| 수로가 누구 땅인지 | 국유지면 점용허가, 사유지면 지주 동의 |
| 주변 토지 배수 경로 | 복개 후에도 주변 배수에 문제가 없는지 |
3단계. 지자체 상담
국유지 구거라면 관할 지자체에 점용허가 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공익용산지 해당 여부, 경사도 기준도 이 단계에서 확인됩니다.
체크리스트
| 확인 항목 | 확인 방법 |
|---|---|
| 지적도에 구거(지목 “구”) 표시 | 지적도·토지이용계획확인원 |
| 현장에 실제 수로 유무 | 현장 답사 — 서류에 없어도 있을 수 있음 |
| 국유지인지 사유지인지 | 토지대장·등기부등본 |
| 점용허가 가능 여부 | 관할 지자체 담당 부서 |
| 공익용산지 해당 여부 | 산지관리법 확인 |
| 불하 가능 여부 | 한국자산관리공사 — 용도폐지 가능한 경우 |
| 사유지 수로 시 지주 동의 | 등기부등본으로 소유자 확인 후 접촉 |
정리
구거 문제는 진입도로나 하수관로에 비하면 비용은 적습니다. 콘크리트 암거로 복개하면 되고, 점용허가도 대체로 잘 나옵니다.
다만 두 가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점용허가가 나오는 곳인지 — 공익용산지나 경사도 기준에 걸리면 불가
- 지적도에 없는 수로가 현장에 있는지 — 사유지면 지주 동의가 필요하고, 동의가 안 되면 막힘
첫 번째는 서류로 확인됩니다. 두 번째는 현장에 가봐야만 압니다.
지적도만 보고 “구거 없네”라고 안심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토지 매수 전에 반드시 현장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관련 글 — 땅은 되는데 못 짓는 이유
참고자료
-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 점용·사용허가
- 국유재산법 — 용도폐지·매각(불하)
- 산지관리법 — 공익용산지
안내
본 글은 구거와 관련한 일반적인 실무 정보이며, 개별 물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거의 소유관계, 점용허가 가능 여부, 용도폐지 가능 여부는 개별 필지와 지자체에 따라 다르므로, 실제 거래 전에는 관할 지자체 담당 부서에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김종민 · 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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